Forgotten Monuments
 

사라진 건축을 위하여

  

아무도 느끼지 못하지만 지금 우리는 건축의 역사에서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때에 살고 있다. 길게는 4000년전에 시작하여 1500여 년전 틀이 완성된 한·중·일 동아시아 목조 건축이 갑작스럽게 사라져 가고 있는 현장에 있는 것이다. 몇 천년동안 우리와 함께 해온 것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최근 100년 동안 새로운 것이 대신한 것은 비단 건축만은 아니다. 또한 진화론 적인 입장에서 이러한 큰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지난 건축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으며 사라짐에 대해서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어왔다.  

그런 나의 생각이 바뀌었다. 2010년 수학중이던 MIT에서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보스턴 글로브의 건축 비평가로 활동하던 로버트 캠밸 (Robert Campbell)의 강연이 계기였다. 천천히 말하는 그의 어투에 슬슬 졸리기 시작할 무렵 친숙한 이미지가 눈에 보였다. 그것은 전형적인 한국의 전통 담장이었다. 그는 바닥의 자연석에서 인공적인 패턴으로 변해과는 과정에 매료되었다며 심지어 이것을 20세기 초 미국의 대표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의 시대의 걸작인 낙수장(Falling Water)의 외벽과 비교하였다. 놀라움과 부끄러움이 교차하였다. 그동안 눈여겨 생각치 않았던 것이 매우 특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내가 건축을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어릴 때 불자인 부모님을 따라 갔던 사찰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커다란 지붕과 그것을 받추고 있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나무 구조, 단청은 너무나 신기한 것이었다. 20년 넘게 잊고 있던 것을 지구 반대편에서 외국사람을 통해 다시 깨달으며 나는 다시 뒤돌아 보아 내가 놓쳐왔던 것을 다시 찾기로 하였다.

이 글은 ‘나’에 대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건축가로서 내가 가야 할 길을 명확히 해줄것이라 믿는다. 몇 년 전 외국에서 공부하며 끊임없이 든 의문은 ‘내가 이 곳에서 다른 나라, 특히 유럽과 미국, 의 학생들과 경쟁해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낼수 있을까?’였다. 건축은 결국 건축가의 색깔이 중요한 것인데 서구 문화권의 학생들과 유럽에 뿌리는 둔 근현대 건축 공보를 하여 내 개성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마치 외국인이 판소리를 배우면 우리는 특이해서 좋아하겠지만, 과연 우리가 그 사람의 실력을 진심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같다.

하지만 그 외국인이 판소리를 자신의 색깔을 묻어내 새로운 것으로 재해석 하면 응미로운 것이 나오지 않을까? 같은 이유로 막연히 현대 건축을 배워 응용하는 것이 아닌 몇 천년 동안 지속하다 사라져 가는 것을 나의 생각으로 응용해 재해석하면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을까? 건축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받은 로버트 벤츄리(Robert Venturi)는 ‘라스베가스에서 배운 것 (Learning from Las Vegas)’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We look backward at history and tradition to go forward.

-Venturi, Robert (P.3. Learning from Las Vegas)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역사와 전통을 보아야 한다. 최근 100년동안 우리 만들어온 건축은 마치 판소리를 하는 외국인처럼 어색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때문에 아직도 우리의 현대 건축이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이 글을 건축가의 자세로 시작하며 다시 앞의 질문을 되새긴다. 내가 다른 건축가 특히 다른 나라의 건축가와 비교해 다른 것이 무엇일까? 내가 유럽게 기원한 현대 건축으로 다른 건축가들과 상대할 수 있을까? 설사 내가 능력이 뛰어나다할지라도 그들이 그것을 인정이나 할까?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벤츄리의 말처럼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천 년이 넘는 기간동안 우리 옆에 있다 사라진 건축을 공부하고 나만의 새로운 길을 찾고 싶었다.

동아시아 목조 건축에 대한 아시아인들의 태도는 모순적이다. 막연히 좋다고만 하고 그것이 왜 좋은지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답을 하지 못한다. 이러한 답을 찾기 위해서 철저히 분석적인 자세로 동아시아 목조 건축을 바라봐야 한다. 이 탐구의 결과가 경제적으로, 학문적으로, 건축의 미 차원에서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러한 시도가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동기부여가 된다. 한국, 중국, 일본의 사라진 건축을 찾아보며 내가 가진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 한다. 이 책은 그 여정의 기록이다.  

70년 전에 중국 목조 건축 연구의 선구자인 양사성도 같은 질문으로 그의 연구를 시작한 것 같다. 양사성이 얘기한 것 처럼 다른 무언가가 나오지 않으면 동아시아 목조 건축은 멸종하여 오직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국가, 다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양사성과 같은 마음으로 이 글을 시작해 본다. 

 Now, with the coming of reinforced concrete and steel framing, Chinese architecture faces a grave situation. Indeed, there is a basic similarity between the ancient Chinese and the ultra modern. But can they be combined? Can the traditional Chinese structural system find a new expression in these new materials? Possibly. But it must not be the blind imitation of “periods.” Something new must come out of it, or Chinese architecture will become extinct.1

1. Liang Ssu-ch’eong (Liang Sicheng, 梁思成), (A Pictorial History of Chinese Architecture), P.3.